짧은글

머루랑 다래랑...

푸른나귀 2007. 6. 24. 18:41



         누루스름한 빛을 뛰우는 논두렁길을 따라 골자기 풀섶을 헤치며 선산으로
         오르는 우측엔 커다란 나무를 휘감으며 올라간 으름 넝쿨엔 푸릇한 으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왼쪽으로 콩밭에는 고라니가 뜯어 먹은듯 콩잎이 상당히 뜯겨 있었다.
         고라니도 맛있는 콩잎만 골라 뜯어먹는 재주가 있다하니 농민의 한숨에
         앞서 그놈들의 재주가 경이롭게도 생각 든다.
         올해는 윤달낀 추석이라 허연 속살을 내민 으름의 달콤한 맛을 볼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새�膚堧� 즐겁게 내려 왔건만 결국 헛꿈이 되어 버렸다.
         으름의 맛을 본것도 군시절 휴가와서 맛본것으로 생각되니 그 맛을 지금까지
         내 미각이 기억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소릿골을 바라보며 성주산 장군봉이 마주보이는 아늑한 골짜기 양지편에
         수원에서 낙향하여 이 고을을 인연으로 살아온 내 조상들...
         이 고을을 버리고 타향살이에 애환을 삼고 죽어서야 그곳을 �O은 내 가족들...
         언젠가는 내 어버이도 이곳에 묻힐 여주이씨지 공원...
         내 몸뚱아리 한줌의 재가 되어 뿌려질 이곳...
         언제나 이곳에 오면 포근한 어머니의 젖무덤같은 느낌을 갖는다.



         돌아가신 분중에서 예초기를 갖고 벌초하는 사람들 보고 크게 꾸짖던 분이
         계셨다.
         낫으로 정성을 들여 깍아야 하는데 그냥 성의없이 예초기를 댄다고 역정을
         내신것이다.  한참이나 우리는 예초기로 시원스럽게 깍고 내려가는 다른집
         들을 부러운듯 바라보며 서툰 낫질로 땀을 흘려야만 했었다.
         언제부턴가 봉분만 낫으로 깍기를 허락하시더니 슬그머니 그분 칠순이 넘자
         예초기가 봉분까지 점령하고야 말았다.
         예전처럼 하룻밤 자고 벌초하던 시절이 아니고 새�腑걋� 내려와 처삼촌 벌초하듯
         후다닥 일치르고 차밀릴것 걱정하며 올라와야 되는 현실이 안타갑다.
         마음은 하룻저녘 동무들과 친지들과 여유롭게 지내다가 올라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직도 쫓기며 살아가야 할때 이기에 마음뿐이다.



         잠깐동안의 고향방문 이었지만 그림자의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영엽이와 스치듯 지나며 통화를 하고, 으르신이 갬발을 접수한 것과
         부모님이 실어준 고추며 호박이며 쌀이며 한짐 그득히 실어가며
         동무에게 나눠주기 싫어 슬며시 토요일날 댕겨간 율보기...
         그러면 않되여~...  내차도 트렁크가 달려 있다니께~...ㅎㅎㅎ...



         ...언제나 그곳에는 꿈이 서려있다...

                                            200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