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원무루편...

푸른나귀 2007. 6. 24. 16:38



    자운영꽃이 논바닥에 가득피면 책보를 벗어 길가에 팽개치곤
    검정 고무신 벗어들고 꿀벌잡이에 나선다.
    자운영꽃에 앉으려는 벌을 고무신으로 잽싸게 낚아채어 빙빙 돌리다가
    땅바닥에 내리치면 벌들은 정신이 없어 비틀거린다.
    꿀벌의 가슴을 배와 분리하면 맑은 꿀주머니가 따라나와 그것을
    입에 대고 좋아들 했었다.



    물레방앗간의 물레가 도는 원무루 앞 개울가엔 미역감기 좋은 웅덩이들이 있고,
    개울가 모래사장엔 고무신 꺾어 뒤집어 넣으면 멋진 자동차가 되어
    우리의 오후를 즐겁게 하였다.
    오후반 아이가 되면, 그곳에서 한참 놀다가 학교 싸이렌 소리에
    정신 없이 학교로 뛰어가곤 하였다.



    오일장이 서던 날이면
    관사옆 뒷문으로 학교 파하자 마자 시장으로 달려들 갔다.
    혹여 어머니라도 만나면 풀빵 한조각에 행복을 느끼며
    양동이 땜질 할아버지 앞에서 물끄러미 앉아 구경 하였다.



    여름날 간이 극장에서 본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어머니에게
    보채고 또 보채 처음으로 본 영화였다.
    학교앞 학고방에 어른들 몰래 훔쳐온 계란 한알에 십리사탕 바꾸어
    처음으로 물물교환을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정류장 건너 어린이 신문의 석유내음이 그렇게도 맡기 좋았었는데
    지금의 일간지에선 그 내음이 나지 않는다.
    한달간의 구독료를 내지 못해 그집앞을 한동안 피해 다녔다.



    해부시간에 사용할 붕어를 잡으러 측백나무 울타리 개구멍으로 나가
    논두렁 뒤지던일...
    크리스마스 츄리 만든다고 농협 뒷산에 가서 어린 소나무 몰래
    베에 도망치듯 달려 오던일...
    쥐꼬리 다섯개, 파리 두곽, 꽃씨 한봉지,풀씨 한봉지,채변 검사,
    보리이삭 한줌,벼이삭 한줌,솔방울 한자루....


                                  2005.09.13.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