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안골편...

푸른나귀 2007. 6. 24. 16:31


     내 어렸을적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외깃집에 다녀오라고 하면,
    그전날 밤부터 등잔불 밑에 설레임으로 들떠 잠 못 이루었었다.
    향상 다니던 통학길과 반댓편으로의 하교길은 그 동네 사는 동무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되어 옥계 가는 넓은 우마찻길을 버리고 산능선이 두세개를
    넘는 고갯길을 택하여 놀며 쉬며 그렇게 안골에 들어선다.



   웃어른들께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책가방을 집어 던지고,
   외사촌들과 재승이네로 승희네로 무리지어 돌아다니며
   참나무숲의 사슴벌레와 개울가의 미꾸라지 잡으러 당안 동네까지
   쑤시고 다니다 보면,저녘밥 짓는 연기가 온동네를 뒤 덮었다.



   오랫만에 귀한 외손주가 옴에 외할머니는 외숙모와 함께 절구에
   인절미를 메쳐 만들어 주시고, 뒤꼍에 애지중지 키우던 배나무에서
   몇개를 따다 몰래 주시곤 하였다.



   별빛 쏟아지는 십리길을 학교를 지나 원무루 징검다리를 건너고,
   가장 무서워 하던 번덕지 언덕 숲을 지나 멀리 우리집이 보이는곳까지
   외할머니는 손주를 바래다 주셨다.
   그때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마냥 집으로 뛰어가기 바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외할머니는 아마 손주가 집앞 사립문까지 들어가는것을
   보시고서야 먼길을 되집어 가셨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게도 사랑해 주시던 외할머니를
   이제는 인고의 세월속에 스러져가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그 어머니를 기억하고 어쩔수 없는 안타가움에
   이따금 그리워 할 뿐이다...



                     2005.09.03.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