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엔 평년기온을 되찾을 거라는 기상대의 예보가 또 엇나갔다.
작업장에 내리쬐는 늦은 봄의 태양열은 가히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작업인부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줄줄 흘러 내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스럽기도 하지만,
낼모레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작업 독려를 하지 않을수가 없다.
대부분 서울과 인천,그리고 안산에서 새벽 4시반부터 움직여야만 아침7시에 시작하는
작업에 맞출수 있기에 그들에게는 점심먹고 시작하는 오후 일과는 여간 힘들지 않을수
없다.
그래도, 그들에겐 가족이라는 하나의 울타리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며 그 어려운 육체
노동의 땀방울도 즐겁게 받아 들이는 것 일꺼다.
건설기능공이란 노동조합 이라든가, 4대보험 이라든가 그 모든 법적 제도권에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동시장의 흐름에 따라 오로지 일당으로 평가되는 불완전한 직업에
종사하는 세칭 밑바닥 인생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그 밑바닥 삶을 충실히 하여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선 인물도 적지 않다.
정년을 마치고 건강을 위해,손주들의 용돈을 위해 일부러 건설현장을 뛰는 이들도 적지않
으며, 일하는 즐거움으로 건설현장을 찾는이 또한 적지 않다.
한때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건설 현장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젠 내국인 중에서도
취업의 기회가 줄어 들어서인지 건설기는공으로의 인력 진입이 많아지는 듯하니 이걸
좋아해야 되는것인지, 아니면 씁슬해야 하는것인지 아리송 하기만 하다.
저녁을 먹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6천평 대지를 밝혀주는 투광기의 불빛을 쫒아 나방들의 군무가 요란하다.
일정한 규칙에서 춤을 추는것이 아니라, 혼란스럽게 춤을 추는데도 그 어떤 규율이 있는듯
아릅답게 느껴진다.
앞 들판에 오늘은 모내기가 한창이더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한층 더 커진듯 나방들의 군무
에 음악이 되어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음악가와 춤꾼의 조화이다.
그들의 예술성을 이해할 수도 없는 나는, 어둠속 관객이 되어 그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낸다.
밤나무골 어디에선가 아카시향이 덤으로 관객에게 그윽한 향내를 디져트(후식)로 가슴을
맑게 해준다.
밤나무골의 한여름밤의 무도회는 이렇게 시작된다...